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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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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자 신문 발췌

  鴻鵠빌딩 사고 후 1개월. 피해자들 여전히 ‘痛哭’

 

  지난 6월,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홍곡(鴻鵠)빌딩이 별안간 폭삭 주저앉았다.

  사고 전까지만 해도 홍곡 빌딩은 다양한 컨텐츠를 아우르는 마케팅으로 인해 서울의 떠오르는 랜드마크로 주목받고 있었다. 쇼핑 공간은 물론 공연,
전시 등 문화 생활 공간과 강연 세미나 장소 대여, 웨딩 컨벤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업을 진행해왔으며 사고 당일에도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허나 짓는데 수년이 걸렸을 12층 건물이 무너지는 시간은 고작 10분이면 충분했다.

  10분. 사람이 가득한 빌딩 안에서 탈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건물은 그대로 내려 앉았고 무너지며 발생한 파편들로 인해 빌딩 인근 건물과
도로까지 추가적인 피해를 입었다. 긴급히 인력들이 투입되었고 일주일간의 치열한 구조 작업을 거쳤으나 건물 내부와 외부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한달이 지난 현재에도 부실 공사, 지반 붕괴, 건물 노후 등의 추측만이 이어질 뿐 사고의 원인이 파악되고 있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홍곡 빌딩의
소유주인 홍곡 그룹, 건축 회사를 포함한 그 어느 곳에서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아 정작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으로는 홍곡
그룹 측에서 주기적으로 정부의 점검을 피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홍곡 그룹에서는 이러한 의견을 루머로 일축하고 전면 부인하는 동시에 빌딩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단언했다. 이 끔찍한 사건에 전국민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홍곡그룹의 빠른 보상을 촉구하는 시위가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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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자 뉴스 녹화본

 

 

  특보입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전국을 뒤덮은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정부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종로구를 전면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세간에 널리
퍼져있는 '좀비'와 비슷한 증상을 보여 좀비 바이러스라는 별명이 붙은 이 병은, 발병시 치사량이 100에 근접한데다 사망 후에도 움직이며 주변의 인간을 공격해 피해를 확산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발병자의 강한 폭력성과 손을 쓸 수 없이 빠른 전염성으로 인해 끔찍한 재난을 초래하고 있는데요.
정확한 피해자 수를 파악할 수 없을 뿐더러 향후 피해 규모 역시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태는 점점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측에서는
다른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재난 대응 시스템을 신설하여 종로구를 폐쇄하고 출입을 통제하겠다는 방안을 과반수 이상의 동의로 통과시켰습니다.

 

  정부의 재빠른 대응을 옹호하는 입장도 있으나 일각에서는 종로구 내에 남아있는 생존자들의 구출 문제와, 보여주기 위한 겉핥기 정책이라는 의견을 들며 폐쇄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종로구에서 발병자가 처음 발생한 것은 사실이나 이후 해당 질병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점을
미루어보아 발생 지역의 폐쇄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 역시 일고 있습니다.

  해당 정책의 시행은 내일 오전 9시이며 폐쇄 이후 해당 구역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2019년 7월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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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현재

 

종로의 폐쇄에도 좀비 사태는 계속해서 확산되었고 정부는 기능을 잃었다.

인터넷, 전기 및 수도 따위는 일찌감치 끊긴지 오래였으며 마땅한 치안조차 없는 종로는 어느새 무법지대로 변모했다.

우리가 피해야 할 것은 좀비 뿐이 아니었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좀비보다 더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겪어서 알게 되었으므로.

 

음식은 계속해서 줄어가고 구조의 희망은 점점 사라져가던 7월의 어느 날.

전파가 잡히지 않던 라디오에서 의문의 방송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서울에 남아있는 생존자 여러분. 지금 이 방송을 듣고 계시다면 부디 저희에게 협력해주세요. 모두를 구할 수 있습니다."

간곡한 목소리는 이어 13일까지 종로 한복판에 있는 쇼핑몰 '로얄 딜라이트몰'로 와달라는 요청으로 말을 맺었다.

그들이 누구인지, 무슨 목적인지 아무 것도 명확한 점은 없으나 버림받은 도시에 갇힌 우리가 유일하게 접한 희망임은 분명했다.

 

이 방송을 직접 또렷하게 들은, 혹은 흐릿한 소문으로나마 알게된 우리는

그들을 돕기 위해서건, 우리가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건 혹은 단지 그들의 식량을 갈취하기 위해서건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좀비가 가득한 길로 나서게 된다. 종로의 중심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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